“오운완” 너머의 가치: MZ세대가 단순 웨이트보다 필라테스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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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in black sports bra and black leggings doing yoga

대한민국은 지금 그야말로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의 시대입니다. 인스타그램에는 매일 아침 오염되지 않은 거울 셀카와 함께 운동 인증샷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최근 이 인증샷의 풍경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울퉁불퉁한 근육을 뽐내던 덤벨 존 대신, 은은한 조명과 세련된 기구가 놓인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죠.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서’ 혹은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고 치부하기엔 MZ세대의 필라테스 몰입도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들이 무거운 쇳덩이를 드는 대신, 자신의 몸무게와 스프링의 저항에 몸을 맡기게 된 진짜 속사정은 무엇일까요?


1. ‘보여주는 몸’에서 ‘느껴지는 몸’으로의 전환

과거의 운동 트렌드가 이두박근, 복근처럼 밖으로 드러나는 ‘시각적 성과’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MZ세대는 내면의 감각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외형적인 볼륨을 키우는 ‘가산적 운동’이라면, 필라테스는 뒤틀린 골반을 바로잡고 숨어있던 코어 근육을 찾아내는 ‘정교한 정렬’의 운동입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이들은 내 몸의 아주 작은 근육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과정 자체에서 깊은 성취감을 느낍니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감각은 통제력을 잃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강력한 심리적 위안을 줍니다.

2. ‘갓생’의 완성은 통증 없는 일상

MZ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지만, 동시에 거북목, 라운드 숄더, 골반 비대칭 등 ‘직업병’을 달고 사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헬스장에서 무거운 무게를 치면 근육은 커지는데, 정작 퇴근 후 느껴지는 허리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나서 ‘바르게 앉는 법’을 몸이 기억하기 시작했죠.” (31세 직장인 A씨)

단순히 근육을 크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프지 않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몸’**을 만드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라테스 열풍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라테스는 운동이자 일종의 ‘신체 수리 센터’인 셈입니다.

3. ‘멘탈 케어’로서의 정적인 역동성

필라테스의 핵심은 ‘호흡’입니다. 갈비뼈를 확장하고 수축하며 깊게 내뱉는 호흡은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요가가 명상적이고 정적이라면, 기구 필라테스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정적인 역동성’을 가집니다. 기구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전신을 긴장시키는 동안만큼은 업무 걱정도,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도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한 시간의 수업이 끝나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정신은 오히려 맑아지는 ‘브레인 디톡스’ 경험이 이들을 매료시킨 핵심 포인트입니다.

4. 커스터마이징된 ‘나다움’의 미학

필라테스 스튜디오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세련된 운동복은 단순히 허세가 아닙니다. 이는 ‘나를 위한 가치 있는 투자’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대형 휘트니스 센터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 소규모 혹은 1:1로 진행되는 정밀한 코칭은 나만을 위한 ‘퍼스널 케어’를 받는다는 느낌을 줍니다. 필라테스 기구인 리포머, 캐딜락 위에서 구현되는 우아한 동작들은 신체적 강인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상징하며, 이는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이들의 정체성과 일치합니다.


결론: 단순한 유행인가, 새로운 기준인가?

필라테스는 이제 ‘잠깐 유행하는 운동’의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몸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이며, 외적인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리는 성취감도 좋지만, 가끔은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며 척추 마디마디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MZ세대가 필라테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곳에는 거울 속의 내가 아닌,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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